(책말고) 영화

[겟아웃] 공포 영화 같은 건 안 본다던 사람이 그동안 본 공포 영화 이야기

기억팔이 2021. 9. 28. 20:29

나는 공포 영화는 안 본다. <캔디맨>을 봤다. 

나는 내 돈 주고 공포 영화 같은 건 안 본다. <캔디맨>을 봤다, 내 돈 주고.

내가 본 공포 영화는 손에 꼽힌다. <캔디맨>을 봤다. <방법-재차의>, <모교>, <랑종>, <반교-디텐션>, <비바리움>, <사라진 시간>, <언더워터>, <침입자>, <스케어리 스토리-어둠의 속삭임>, <더 보이2>, <인비저블맨>, <겟아웃>, <해피데쓰데이>, <컨저링>.... 잠깐, 이 손은 다 누구 거니...

 


 

코로나 탓이다.

코로나 시국이라며 작년부터 자꾸 공포영화만 개봉하는데 나보고 어쩌라고. 그거 보고 나면 넷플릭스에서도 자꾸 공포 영화를 검색하게 되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. 보다 보니까 공포 영화도 이제 쫌 재밌는 걸 대체 나보고 어쩌라고.

이쯤에서 고백한다.

나, 공포 영화가 재밌다고 느낀 거 최근 아니다. 내가 꼽는 최고의 공포 영화는 <곡성> 그리고 <겟 아웃>, 얘들이 화근이었다. 이때부터 공포여도 재밌으면 내 돈 주고 극장 가서 볼 거야, 를 대놓고 떠들었으니.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점에는 두둥, <여고괴담>이 있다.

이게 다 친구 탓이다. 

<여고괴담> 이후로 공포 영화 마니아가 된 친구가 있다. 이게 다 걔 탓이다. 걔가 자꾸 극장에 가자 그랬다. 두 번 거절하면 예의상 한 번은 봐야 할 것 같았다. 그렇게 끌려다니다 보니, <스승의 은혜>, <므이> 같은 영화를 내 돈 주고 극장에서 봤다. 이럴 줄 알았으면 <기담>, <알포인트>, 이런 거 보자고 할 때 좀 볼 걸, 하며 요새 후회 많이 하고 있다. 참고로 그 친구는 공포 영화 끊었다. 독한...

 


 

<캔디맨>을 보고 나서 <겟 아웃>이 떠올라 쓰기 시작한 글이 왜 이렇게 흘러 버렸는지는 모르겠다. 이제 와서 바로 잡는 건 그른 것 같다. 마저 얘기하자면, 로튼토마토 지수가 높다고 하도 떠들어대서 보게 된 <겟 아웃>, 극장 나들이는 하고 싶은데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(웬만한거 다 봐서) 본 <캔디맨>, 두 영화 모두 흑인 차별 문제를 생각하게 해서 재미나게 보면서도 마음 한 켠이 영 불편했다. 물론 보고 나서도 한동안 지속됐다.

그럼에도 <겟 아웃>은 영화가 엄청 신선하고 흥미로워서 내용에 대해 떠들 수 있었는데, 이번에는 잘 안 될 것 같다. 본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겠지만 작년 플로이드 사건이 연상되기 때문이다. 타 인종에 대한 차별 문제는 비단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. 티저만 보고 <캔디맨>이 <스크림> 같은 고등학생들 얘긴 줄 알고 봤기에 더 그럴지도. 아, 그러네. 스크림도 있었네. 어! 지난 여름에 니가 한 일을 알고 있다, 맞나? 여튼 그런 것도 있었네. 참나, 결국 딴소리를 하게 되는군. 흐음.

곧 무슨 영화 개봉한다그래서 <겟 아웃>도 다시 보고 <어스>랑 <잇>도 봐야 한다. 바쁘다 바빠.

 


*기억에 의존한 채 쓰는 글입니다. 영화의 내용이 윤색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. 네, 의도한 거 맞습니다.